한국방송학회(학회장 최용준, 전북대학교 교수)는 오는 29일(화) 14시 00분부터 그랜드센트럴 B동 3층 오디토리움에서 ‘한국 미디어 콘텐츠 산업, 글로벌 전환의 가능성을 묻다’를 주제로 기획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하는 이번 세미나는 한국의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OTT 시대의 글로벌 콘텐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노력의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글로벌 OTT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된 한국 미디어 시장의 현실에 대한 진단으로 화제를 모은 책 <애프터 넷플릭스>의 저자 조영신 박사가 ‘한국형 글로벌 OTT는 가능한가?’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고, 뒤이어 정재민 교수(한국방송학회 부회장, KAIST)의 사회로 김윤지 수석연구원(한국수출입은행), 김헌 교수(한양대학교), 노창희 소장(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오하영 박사(한국문화관광연구원) 등 한류와 콘텐츠 산업, OTT 미디어 분야의 전문가들이 토론으로 참여해서 활발한 논의를 진행했다.
조영신 박사는 발제를 통해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 기반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국내 콘텐츠 시장의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강한, 아주 강한 로컬 OTT’의 존재감을 키우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민간 사업자가 지금보다 더 큰 적자를 감내하면서 개별적인 해외 진출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국가 전략산업의 관점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때에야 한국형 글로벌 OTT가 가능하다라고 지적하면서, 향후 이러한 방향의 노력 역시 이어갈 때, 2025년 한국의 OTT가 소멸이 아닌 성장의 역사를 써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이날 발제에서 조영신 박사는 ‘한국형 OTT’를 ‘독점 한국 콘텐츠’를 갖춘 사업자라고 정의하면서, 해외 시장 진출의 조건을 검토하기 위해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의 데이터 기반의 지역별 한국 콘텐츠 선호도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또한 기존 해외 OTT에 제공하던 콘텐츠 수익을 포기하는 기회비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 글로벌 OTT와 로컬 OTT의 경쟁이 치열한 현실 등을 고려할 때, 한국형 OTT의 해외 진출의 성공 가능성을 낙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오히려 국내 OTT 사업자의 경쟁력을 키우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이어진 토론을 통해서는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과 국내 OTT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현실적인 방법에 대한 논의들이 이어졌다.
김윤지 수석연구원(한국수출입은행)은 콘텐츠의 글로벌 유통에 더 공을 들여야 할 때가 되었다라고 지적하며, 콘텐츠에서의 ‘다판매 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정 OTT로의 독점 판매에 의존하는 방식을 넘어서, 다양한 플랫폼으로 여러 단계에 걸쳐서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어야 수익성의 개선과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과거 아시아 시장을 개척했던 노력과 같이 더 절실하게 북미 시장 등 다양한 판매처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국내 OTT와 대형 스튜디오가 바로 이러한 해외 콘텐츠 시장 개척의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정책 측면에서 제작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유통 구조 개선과 기업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헌 교수(한양대학교)는 HBO Asia에서 진행한 글로벌 공동 드라마 제작 프로젝트의 경험을 공유하며, 동남아 시장에서 글로벌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동남아시아를 단순히 판매 시장으로만 접근하기보다, 한국과 현지의 제작 역량을 결합해서 글로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시장 규모로는 막대한 제작비를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제작비의 거품도 걷어낼 필요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해외 시장에서 ‘스타’의 영향력이 작동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이들에게 의존하는 제작비 배분 관행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글로벌 OTT 쏠림 현상이 경제적 종속을 넘어서 문화적 종속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노창희 소장(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은 다수의 사업자가 적자를 지속하며 출혈 경쟁을 하고있는 국내 OTT 시장의 구도에서 현실적으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통한 강력한 로컬 OTT를 형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OTT 사업자의 합병이란 흐름을 국내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건강한 구조 개편의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합병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란 점에서, 건강한 미디어 생태계를 위한 전향적 규제 완화 등 정책적 노력도 함께 이어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내 미디어 산업에서 콘텐츠에 대한 투자의 유인을 확대하기 위한 세제 지원을 지속하는 등 정책 금융의 역할을 강화해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하영 연구원(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강한 로컬 OTT’의 필요성에 대해 콘텐츠 생태계 내의 다양한 주체들에게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토종 OTT’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기존의 당위적 접근을 넘어서 산업 생태계의 건강성의 관점에서 확대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콘텐츠 제작자가 글로벌 OTT와 거래하길 원했던 선호의 요인이 수익 뿐 아니라 해외 유통 범위의 확대와 브랜드 파워 등 다양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한국형 글로벌 OTT가 성공하기 위해선 이러한 조건들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날 토론 과정에서 조영신 박사는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과 관련된 최근 논의와 관련해서, 관계자들의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강한 로컬 OTT의 존재가 콘텐츠 스튜디오 입장에서 국내 콘텐츠 수요를 확장하는 강점이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지적한 것이다.
이날 좌장을 맡은 정재민 교수는 오늘 세미나가 한국 미디어 생태계의 미래에 대한 담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라고 하며, 앞으로 이런 세미나를 통해 더 깊은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37대 한국방송학회 회장 최용준 교수(전북대학교)는 오늘 세미나는 국내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OTT의 생존과 성장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되었다라고 말하며, 국내 영상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의 모색과 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를 앞으로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