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학회(학회장 최용준 교수, 전북대학교)는 한국경제인협회와 공동으로 11월 20일(수)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규제의 부당성과 타 법률의 공정거래법 원용의 문제점>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대기업이 보유한 풍부한 투자 자원이 미디어·콘텐츠 등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의 주춧돌이 될 수 있도록 법제의 전반적인 개편을 검토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하였고, 이어진 환영사에서 최용준 한국방송학회장은 “이번 세미나를 통해 국내 방송·미디어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 필요한 정책적 대안을 검토하고, 더 나은 방송 생태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생산적 논의가 이루어 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세미나에는 국회 정무위원장이자 경남 창원시마산회원구 의원인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참석하여 축사를 통해 “우리는 그동안 대기업에 대해 혁신보다는 규제로 일관해 왔다. 그 규제의 중심에 공정거래법이 있고, 이는 방송법과 미디어렙법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며 대기업 규제의 전반적인 개선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영상 축사를 통해 “산업간 융합과 혁신이 거듭되고, 우리 기업의 무대가 세계에서 펼쳐지는 만큼 규제 환경 또한 그에 걸맞게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우리 방송사들이 더 많은 고품격 고품질의 K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법 제도 정비 또한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고, 김장겸 국민의힘 국회의원도 현실에 맞지 않는 대기업 규제의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산업적인 측면에 서 자본력을 갖춘 건전한 기업들이 방송사를 소유하고 ‘콘텐츠 시장’에 투자할 수 있도록 크게 개방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한편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은 축전을 통해 “세미나에서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과 제안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업 규제가 기업가치 및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이날 세미나의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지인엽 교수(동국대학교)는 기업집단의 출자구조에 대한 사전규제는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다양성을 제약해 기업가치와 경영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기업집단 지정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기준을 방송법 등 타법에서 그대로 원용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방송법, 미디어렙법상 대기업 소유 규제의 문제점과 동 규제가 국내 방송·미디어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성엽 교수(고려대학교)는 그동안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기준은 국내 경제 규모의 성장에 맞춰 꾸준히 개정된 반면 방송법, 미디어렙법상 대기업 기준은 이와 상관없이 2008년부터 지금까지 10조 원으로 유지 돼 왔다고 지적하면서, “방송·미디어 시장으로의 대기업 자본 유입을 촉진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가능할 정도로 규모와 경쟁력을 갖춘 국내 사업자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방송법, 미디어렙법상 대기업 소유 규제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어 “기술 발전에 따른 방송·미디어 시장환경 변화, OTT·SNS 등의 등장으로 지상파 방송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은 큰 폭으로 감소”하였다면서, “‘지상파를 활용한 대기업의 여론 독과점’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져 규제의 효용성이 사라진 셈”이라고 설명하였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 방안으로 이성엽 교수는 1) 방송법, 미디어렙법상 대기업 자산총액 기준 상향 조정(10조원→30조원), 2) 대기업 자산총액 기준을 GDP의 1.5%로 산정, 3) 대기업 기준을 자산총액 금액이 아닌 자산총액 순위(10대 대기업)로 변경, 4) 중장기적으로는 민영 방송사에 한해서라도 대기업 소유 규제를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재진 교수(한양대학교)의 사회로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유홍식 교수(중앙대학교), 곽규태 교수(순천향대학교), 선정호 변호사(법무법인 광장)가 참여해 폭넓은 논의를 이어갔다.

  유홍식 교수는 국내 대부분 방송사업자들이 심각한 방송사업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반면, 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들은 국내 콘텐츠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특히 방송법의 규제를 받는 방송사업자는 낡은 규제에 묶여 국내에서조차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낡은 규제를 헐어내고, 미래 지향적이고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미디어 생태계와 규제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곽규태 교수는 현행 방송법제상 소유·겸영규제는 전반적으로 우리 방송사업자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방송 산업의 규모의 경제 실현, 투자 활성화 유도를 통한 경쟁력 배양을 위해서는 규제를 과감히 완화하거나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뿐만 아니라 방송사업자에 적용되는 인수·합병 관련 규제, 시청점유율/매출점유율로 사업자를 규제하는 시장지배력 관련 규제도 대대적인 완화가 필요함을 지적하였다. 

  선정호 변호사는 “언론 미디어 기업에게 요구되는 강도 높은 사회적 책임과 사회적 가치 보장 등을 고려한 방송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방송사업자 소유 규제의 형태가 반드시 사전적 진입 규제의 형태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좌장인 이재진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번 세미나에 제시된 의견들을 바탕으로 공정거래법·방송 관련 법령상 규제 개선의 빅픽처를 그릴 수 있기를 바란다”며 토론을 마무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