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원님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2. 본 학회 회원이신 류웅재 교수님(한양대학)께서 저술하신 <도시, 공간, 청년: 상품화한 도시 공간 속 창의적 삶의 정경들> 신간 발간 소식을 다음과 같이 안내합니다. 회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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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21세기는 더 이상 국가가 아닌 도시가 정주민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시대이다. 이제 현실화한 지자체 간 무한경쟁의 시대에 스마트시티나 메가시티 관련 논의와 정책들도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가령 급격한 도시의 확장과 지역 불균형에 따른 경제와 인구, 사회 문제를 개별 도시 대신, 광역 단위에서 해결하면서 인재와 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안으로 제시되는 메가시티 전략이 그중 하나이다. 특히 주요 산업 구조가 개별 제조업을 넘어 집적과 시너지 효과를 겨냥한 클러스터(cluster)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글로벌 기업과 유능한 인재, 매력적인 투자를 확보하기 위해 국가가 아닌 거대 도시 단위의 정책적 논의가 점증하고 있다.
이제 수도권과 지방을 차별화하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통해 수도권 경쟁력 강화와 국토 균형 발전을 함께 달성하는 것이 절실한 때이다. 예컨대 서울 중심의 수도권 메가시티가 주변 지역과의 통합으로 행정적 비효율을 없애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추구하는 한편, 지역 메가시티는 지방 소멸과 인프라 중복 투자를 막아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토건 위주의 패러다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보와 변화를 견인하고 추동할 작은 장소와 지역의 살아있는 경험, 문화가 깃든 사람들의 스토리텔링(story-telling)과 스토리두잉(story-doing)이 뒷받침되는 것이다. 이는 인과론적이거나 선후관계가 아닌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동시성과 교섭, 즉, 경제와 문화, 자본과 삶의 협업, 공생, 연대를 전제로 한다.
이러한 문맥에서, 이 책은 인간의 삶의 터전이 기존의 거시적 국가 단위에서 장소성을 체현하는 도시, 그리고 일상의 다채로운 경험과 실천들이 이루어지는 구체적 공간으로 전환되어 가는 과정에서, 도시, 공간, 청년 등의 키워드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아르준 아파두라이(Arjun Appadurai)가 갈파했던 정경(scape)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즉, 오늘날 부상하는 도시의 위상과 장소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이동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 글로벌화한 초 연결 사회에서 일상화한 해외여행과 이주(diaspora), 인터넷과 SNS 활용의 사례에서 드러나듯, 시공간의 제약을 상당 부분 극복하거나 보완하는 양상과는 일견 상반된 현상처럼 보인다.
동시에 역설적으로 이는 현대인들로 하여금 일상의 삶의 질(質)과 정주 여건을 중시하고, 고향을 떠나 낯선 도시에 정착해 새로운 가능성 속에서 도전과 모험을 실천하는 전향적 삶을 꿈꾸거나, 이와는 정반대로 귀농이나 귀촌, 혹은 낙향(落鄕)해 목가적이며 소박한 자연과 마을 사회에서의 삶을 지향하는 상반된 움직임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이 책은 여섯 개의 장을 통해 관련된 주제를 성찰적으로 다루고 있다. 다만 위에서 암시한 바와 같이, 이 책은 기존의 경제학이나 건축학적, 공학적 관점에서 부동산이나 도시개발, 인프라(infrastructure) 확충과 관련된 스마트도시(smart city) 담론이나 도시 재생을 다룬 작업들과는 그 결과 접근을 달리하고 있다.
이 책은 인문학적·비판적 사회과학의 관점에서 오늘날 한국 사회의 도시와 관련해 청년세대가 일상에서 직면하는 난관과 분투, 사회적 상상과 실험, 생생한 경험과 그 이면을 근접 조우해 담담하게 관찰하고 두텁게 기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오늘날 도시와 공간이 미디어를 비롯한 대중문화의 렌즈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투영 및 재현되고 또, 청년세대를 포함한 사회 구성원들이 이를 일상에서 어떤 방식으로 접합, 절충, 혹은 전유하는지에 관해 비판적 문화연구의 관점에서, 무엇보다 주체들의 시각과 목소리를 통해 논의하고 있다. 이는 그간 미디어와 대중문화의 영역에서 간헐적으로 시도되었으나 깊이 있고 긴 호흡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도시와 공간, 청년들에 대한 본격적인 학술서라는 의미를 지닌다.
오늘날 우리는 일군의 사회이론가들이 진단한 급격한 기술 진보와 디지털 미디어의 확산으로 인한 시간과 공간의 무한 확장, 나아가 변형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특히 가상현실 혹은 과잉실재 개념 및 관련된 경험과 문화의 확산이 촉발한 장소성의 상실은 현대성의 불가피한 한 단면이라는 우려스러운 진단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도시에서의 일상과 구체적 실천들을 통해 무미건조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공간’을 기억과 체험이 녹아든 인간적인 ‘장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이는 경제와 문화, 인프라와 인구를 블랙홀처럼 흡입하는 수도권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지방 소멸 나아가 국가 소멸 담론이 단순한 정치적 수사를 넘어 근거 있는 우려가 된 오늘날, 특히 절실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이것은 거대한 이념이나 사변적 관념보다 우리의 감각과 신체를 통한 매일 매일의 소소한 경험, 타자(他者)와의 친밀한 조우의 과정에서 공간의 조직화와 체계화를 통한 전유에 의해 비로소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