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소식         공지사항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언론·방송학자 선언

우리 학회는 한국언론학회 및 한국언론정보학회와 공동으로 아래와 같이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언론·방송학자 선언을 발표합니다. 회원님들의 적극 참여 가운데 총 472명이 서명에 참여하셨습니다. 이러저러한 사정과 이유로 이번 일에 참여하지 못하시거나 안 하신 분들도 방송 독립과 자유에 대해 같은 뜻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방송학회는 앞으로도 방송 발전을 위한 회원님들의 학문적 노력에 더 많은 힘을 보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언론·방송학자 선언

 

KBS MBC의 기자PD 등 종사자들이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치며 제작출연인사 거부와 함께 총파업의 길로 나섰다. 공영방송 파업이라는 중대 사태에 우리 언론·방송학자들은 우려를 표하는 동시에, 방송인들이 자신들의 기본 책무를 포기하면서까지 나설 지경의 사유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 상식과 전문적 관찰 모두 지난 10년간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급격히 위축되었다고 판단한다. 굳이 언론인, 일반 시민, 관련 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설문조사 결과들을 근거로 내세울 필요도 없다. 공영방송의 불공정하고도 정권 친위적 태도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그 정점을 찍었다. 우리 언론·방송학자들은 당시에도 성명을 내고 “정권에 장악된 공영방송은 국민의 입과 눈이 되기보다는 권력의 호위병으로 기능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영진들은 공영방송 정신을 실천하려는 방송인들에게 전대미문의 탄압을 가했고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이 해직과 중징계를 당했다. 회사는 약간의 비판이나 반대에도 해고와 정직, 감봉 등의 칼을 휘둘러 의지의 싹을 자르려고 했다. 특히, MBC에서는 공정방송을 추구하는 역량 있는 방송인들을 “유휴인력”이라고 취급하며 비제작 부서로, 먼 지역으로 ‘유배’ 보내고, 빈자리엔 시용직이나 경력직을 뽑아 메웠다. 가뜩이나 수익 상황이 악화일로인 지상파 방송의 경영진이 이 일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파업에 나섰던 제작진을 ‘교화’한다며 교육시설에 파견해 샌드위치 만들기, 클래식 듣기, 한식 교육 등을 강요했다. 심지어 피디, 기자, 아나운서들을 스케이트장 관리인으로 임명해 빙판 위 얼음을 걷어내는 일에 배치했다. 역사책이나 소설에서나 보던 전체주의 체제의 행태가 21세기 한국 공영방송 조직에서 일어났다. 사장과 이사장 등 이 일에 책임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고, 수백 명의 피해자들은 여전히 자리에서 쫓겨나 있다. 방송인 탄압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우리는 학생들에게 대한민국이 언론자유국이라고 말할 수 없다.

공영방송의 핵심 가치인 독립성과 공정성, 그리고 언론자유를 훼손해온 공영방송사 사장과 이사장 등은 즉시 물러나야 한다. 언론자유 주장에 징계와 고소를 남발하다가 결국 법원에 가서는 패소하는 일을 반복한 사람이 공영방송 사장이라면, 이런 일을 비호하고 현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말했던 사람이 공영방송사 이사장일 수 있다면 한국의 공영방송은 공영방송이 아니다. 공영방송이 높은 품질과 공정성으로 민영방송들과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정권에 대한 굴종과 포박으로 두드러진다면 무한경쟁 미디어 시대에 도전받는 이 기구의 존재 의미를 더욱 찾기 어려워질 것이다.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막았던 사람들이 도리어 이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법체계를 악용해 자리를 지키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방송의 자유는 공영방송 실천을 위한 것이지 방송법 정신인 자유와 독립을 해치고 방송인에게 재갈을 물린 체제와 인물을 보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지난 2008년 정권 교체와 함께 편법과 불법을 통해 면직되었던 KBS 정연주 사장의 사례를 당신들에게 비유하지 말기 바란다. 방송 중단이라는 불행한 사태를 피하고, 공영방송에 대한 국가 개입의 논란을 없애기 위해 당신들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더 이상의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길이다.

공영방송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에 우리 언론·방송학자들도 책임이 있다. 우리는 사적인 만남에서 또는 건너 듣곤 했던 공영방송 종사자들의 분노와 모욕감 호소에 그 순간만 안타까워했을 뿐이다. 우리는 강단에서 공영방송의 원리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현실 상황에 대해서도 더 적극적으로 가르쳤어야 했다. 강의와 학술 활동만으로 책임을 다했다며 관찰자로서만 남아있을 것이 아니라 더 크게 문제를 제기하고 실천했어야 한다. 더욱 침통한 것은 권력의 공영방송 침탈에 일부 언론·방송학자들이 관여했다고 비판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언론·방송학자들은 방송인들에게, 그리고 시민들께 사과하며 다시는 이런 과오를 범하지 않을 것을 엄숙히 다짐한다.

끝으로, 우리는 공영방송이 권력의 품에 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정부, 정치권, 방송계 등이 새로운 제도적 장치 마련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범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언론·방송학자들도 적극적으로 지식과 지혜를 보탤 것이다.

 

2017. 9. 5.

 

한국언론학회·한국방송학회·한국언론정보학회 소속 언론·방송학자 472명 일동

 

공동 성명서 서명 참여자 명단(가나다순)


강경미(방송학회), 강명현(한림대), 강미은(숙명여대), 강상현(연세대), 강성웅(YTN), 강승묵(공주대), 강신규(서강대), 강준만(전북대), 강진숙(중앙대), 강형철(숙명여대), 강혜란(여성민우회), 고선희(서울예대), 고영철(제주대), 곽규태(순천향대), 곽천섭(KBS), 곽한주(명지대), 구교태(계명대), 권예지(연세대), 권오상(미디어미래연구소), 권장원(대구가톨릭대), 권지현(동아대), 권혁남(전북대), 권호순(원광대), 기국간(한양대), 김경모(연세대), 김경호(제주대), 김경환(상지대), 김경희(한림대), 김관호(오산대), 김광섭

목록